• 최종편집 2026-04-19(일)
 
  • 갈등의 시대, 한국 교회가 지켜내야 할 ‘화목하게 하는 직분’ 감당해야

時論/양봉식 국장

 

다시 짙어지는 이념의 그림자

한국전쟁은 이념의 갈등이 인간의 존엄성을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 비극적인 역사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족상잔"의 참상은 단순한 정치적 실패를 넘어, 이념이라는 명분 아래 신앙과 도덕이 얼마나 쉽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 잔혹한 현장이었습니다.

 

전쟁이 남긴 것은 승리도 패배도 아닌, 깊은 폐허와 상처뿐이었습니다. "이념이 인간을 도구로 삼을 때, 인간은 얼마나 쉽게 잔혹해질 수 있는가"라는 뼈아픈 질문만이 남겨졌습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철학적 성찰을 시작했고, 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살폈으며, 신학은 하나님 앞에 우리의 죄와 폭력을 통곡하며 자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다시금 이념의 진창 속으로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좌우의 진영 논리는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상대방을 대화의 파트너가 아닌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언어들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욱 치열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우리 삶 전반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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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은 결코 인간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모든 이념은 겉으로 정의와 평등, 약자 보호를 외칩니다. 그러나 역사를 되짚어보면 이념은 종종 인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이용하는 폭력의 체계로 변질되었습니다. 역사 속의 여러 사회주의 실험들이 그러했듯, 해방을 약속했던 목소리들은 결국 억압과 통제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민주화 이후 분출된 다양한 에너지가 일부 급진적 이념과 결합하며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이념 투쟁이 "우리는 선, 너희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고착화한다는 점입니다. 이념이 절대화될 때 사회는 폭발 직전의 긴장 상태를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이념의 종교화’와 교회가 마주한 위기

이러한 갈등은 교회 담장 밖의 일만이 아닙니다. 신앙의 중심에 계셔야 할 하나님 대신, 그 자리를 이념이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복음보다 앞선 가치로 자리 잡은 정치적 담론들이 성도들의 사고를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교회 안에서도 신앙적 진리보다 정치적 옳음을 우선시하며, 서로를 정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견해 차이를 넘어 교회가 이념의 전장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는 위험한 징후입니다. 교회가 진영 논리에 갇히는 순간,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아닌 또 하나의 이익 집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음만이 유일한 생명의 길입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분명히 경고합니다. 이념이 절대화된 곳에는 반드시 파국과 폭력이 뒤따랐습니다. 이념은 구원을 약속하지만, 결국 인간을 비극으로 몰아넣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교회는 담대히 선포해야 합니다. 그 어떤 정치 체제나 사상도 인간을 구원할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오직 복음만이 인간을 살리고, 그리스도만이 역사를 새롭게 하시며, 오직 하나님의 나라만이 인간의 존엄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화해와 화목을 위한 교회의 사명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상처를 덧내는 전투 부대가 아니라, 상처를 싸매는 ‘치유 공동체’입니다. 서로를 갈라놓는 구호가 아니라, 서로를 품게 하는 ‘화해의 다리’가 절실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고후 5:18)을 맡기셨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실천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복음의 본질을 회복합시다: 어떤 이념도 복음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십자가의 진리가 모든 정치적 정의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영적으로 분별합시다: 세상이 말하는 정의가 하나님의 정의와 일치하는지 늘 살펴야 합니다. 사상적 정의가 신앙의 자리를 대체하지 않도록 경계합시다.

 

화해의 언어를 사용합시다: ‘적’이 아닌 ‘형제’로, ‘정죄’가 아닌 ‘회복’의 언어로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공동체의 연합을 지킵시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예배하며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포용의 공간을 지켜내야 합니다.

 

이념을 넘어 복음의 편으로

우리는 지금 보이지 않는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이 전쟁은 사람들을 나누고 교회마저 분열시키려 합니다. 이 상황에서 교회는 갈등의 한 축이 되겠습니까, 아니면 이 전쟁을 멈추게 할 마지막 방파제가 되겠습니까?

 

역사가 증명하듯 이념의 끝은 파국이지만, 복음의 끝은 언제나 생명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념의 편이 아닌 복음의 편에 서야 합니다. 편가르기의 도구가 되기를 거부하고, 화해와 화목의 길을 선택합시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 한국 교회가 감당해야 할 가장 숭고한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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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파고를 넘어, 화해와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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