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 박인옥 작가 26회 개인전 — 갤러리 인사아트, 3년 만의 서울 나들이
  • 2026년 4월 | 갤러리 인사아트 제2전시관 (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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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믈 여섯 번째 개인전을 연 박인옥 작가

 

인사동 골목 안, 봄바람이 살며시 스미는 4월의 첫 주. 갤러리 인사아트 제2전시관에 들어서면 한 작가의 45년 화업이 켜켜이 쌓인 그림들이 조용히 관람객을 맞는다. 화가 박인옥 작가의 26회 개인전 '아름다운 순례자'가 4월 1일부터 6일까지 열리고 있다. 3년 만의 서울 나들이다. 진주에서 사천으로 거처를 옮긴 후 더 깊어진 자연의 색과,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걸어가는 인간의 뒷모습을 담은 30여 점의 작품이 이곳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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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걸음 — 인생을 그리다

이번 전시의 제목 '아름다운 순례자'는 작가 자신의 고백에서 비롯됐다. 작가의 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하루 중에도 기쁜 일과 슬픈 일이 공존하는 시간들, 마치 불협화음 같은 서로의 엇갈림과 갈등 속에서 그럼에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는 우리네 힘든 인생 여정이 마치 순례자와도 같음을 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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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자의 눈물과 침묵

 

가까운 이들의 소천, 갑작스러운 이별, 절망의 순간들. 그 무게를 안고서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이 순례자의 삶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그 걸음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는다. 30여 점에 이르는 작품들은 그 믿음의 기록이다. '아름다운 순례자', '가족 이야기', '그리움', '교회와 같은 가정을 꿈꾸며', '흘러가는 저 강물처럼', '아름다운 흔적' 등 제목들만으로도 작가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푸른색에서 녹색으로 — 45년 화업의 변주

박인옥 작가의 화업은 45년째다. 대학 시절 다양한 화풍을 접하고, 독일 유학에서 표현주의 미술의 세례를 받은 그는 이후 초현실주의 화풍을 응용하며 유화, 아크릴화, 목판화, 콜라쥬, 혼합매체에 이르기까지 경계를 두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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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 풍경

 

2017년, 그가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13번째 개인전 '새롭게 그려보는 희망의 물결과 역사들'을 열었을 때, 그의 화폭은 온통 푸른색이었다. 작가는 당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평화와 평안을 의미합니다. 시끄러운 시대의 열망이라고 할까요. 희망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촛불 집회, 세월호, 코소보, 87년 민주항쟁—시대의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했던 시절의 작품들은 강한 터치와 선명한 파랑으로 가득했다.

 

그로부터 9년이 흘렀다. 작가는 진주를 떠나 사천으로 이사했고, 집 주변의 산야를 매일 바라보며 살았다. 그 시간이 그의 팔레트를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후배들이 작업실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배님 작품이 따뜻해졌어요." 푸른색의 차가운 결의가 녹색의 온기로 물드는 변화였다. 자연이 그를 변화시킨 것이다. 작가의 인생의 반려자로 40년 넘게 그림을 지켜본 사회학자 강수택 경상국립대 명예교수는 이 변화를 이렇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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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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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루미가 건네는 초록빛 위로

 

“근래에 와서는 새, 산, 섬, 나무 등 자연을 점점 더 빈번히 소재로 삼고 있다. 자연이 주는 생명력과 경이감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 가족의 사랑, 평화 등 인간세계의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향으로 주제를 넓히고 있다.”

 

새와 나무와 바다 — 자연에서 길어 올린 영성

이번 전시에서도 새는 빠지지 않는다. 두루미, 오리, 갈매기—박인옥의 화폭에 새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2017년 전시에서도 새들은 평화와 희망, 갈망의 상징으로 그림 곳곳에 깃들어 있었다. 지금도 그 새들은 날고 있다. 다만 이제 그 배경이 달라졌다. 시위 현장의 하늘이 아니라, 사천의 산자락과 파아란 바다 위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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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적었다. 

 

"때로는 산책 중 새와 나눈 조용한 대화를, 때로는 파아란 바다를 바라보며 가졌던 희망을, 때로는 소음 중 침묵했던 묵상의 시간들을 고스란히 옮긴 저의 작품들이 그 누군가에게는 자그만 희망과 위로가 되고 푸른 소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림은 그의 묵상 일기다. 산책길에서 만난 새 한 마리, 기도 중에 스친 바람, 슬픔 속에서 하나님께 나아갔던 발걸음이 모두 화폭에 담긴다.

 

표현 방식에서도 그의 일관된 미학은 유지된다. 섬세한 묘사보다는 강한 터치, 과감한 형태의 단순화, 그리고 청색 계열의 색조 조합. 그러나 지금의 강한 터치에는 예전과 다른 온기가 실려 있다. 강 교수는 이를 가리켜 "일관된 표현방식 속에서도 감정의 온도가 달라졌다"고 평했다. 초기 표현주의 작품들이 고통과 외로움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최근 작업들은 기쁨, 가족애, 희망을 더 풍성하게 담는다.

 

가족 사랑, 하나님 사랑, 자연 사랑 — 변하지 않는 세 축

45년의 화업에서 박인옥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 작가 자신이 자주 말하는 그대로, '가족 사랑, 하나님 사랑, 자연 사랑'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 제목 '아름다운 순례자'에도 그 세 가지가 모두 녹아들어 있다. 순례자는 혼자 걷지 않는다. 가족의 격려가 동행하고,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길을 밝히며, 자연의 풍경이 지친 발걸음을 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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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와 같은 가정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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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족 이야기(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2017년 전시에서 작가는 선교를 위한 별도 통장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개인 통장은 마이너스여도, 그림이 팔리면 선교사를 지원하겠다는 기도가 매 전시마다 응답을 받아왔다고 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올해도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하나님께서 저의 작품들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계속 허락하심에 감사하며... 나의 남은 생이 아름답고 선하고 향기로운 작품과 생활로 이어지기를 매일 기도하며 작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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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의 아침(왕사남의 단종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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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 부활을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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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흔적

 

기독교 신앙은 그의 세계관의 기초이자 창작의 동력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참여적 민중미술'과는 결이 다르다. 2017년 그가 말했듯, 기독교적 색채가 있는 그림들이 교회 안을 넘어 세상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그것이 그가 꾸준히 전시회를 여는 이유다. 불자들이 예수님 그림 앞에 줄을 서서 감상했던 기억을 그는 여전히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인사동에 다시 선 순례자

3년 만에 다시 인사동에 선 박인옥 작가의 이번 전시는 어떤 의미에서 그의 내면 여정의 공개 보고서다. 진주의 도시적 푸름에서 사천의 자연적 녹색으로 이어진 팔레트의 변화, 시대의 아픔에서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으로 넓어진 주제의 지평, 강한 터치 위에 얹힌 따뜻한 온도. 이 모든 것이 45년의 세월을 뚜벅뚜벅 걸어온 한 작가의 정직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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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택 교수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 

"박인옥 작가는 이런 다양한 감정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창작활동을 힘든 노동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오히려 일종의 놀이로 여기며 즐기는 것 같다." 

 

순례는 고행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설렘이기도 하다. 그 역설을 살아가며 그림으로 옮기는 작가, 박인옥. 그의 아름다운 순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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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아름다운 순례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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