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9(일)
 
  • 배우 피에트로 사루비가 마주한 ‘바라바’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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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닦던 고독한 구도자, 바나바를 연기하다

이탈리아의 연극배우 피에트로 사루비에게 삶은 언제나 ‘높은 곳’을 향한 고단한 수행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티베트 불교에 심취했던 그는 명상과 윤회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닦아내려 했던 고독한 구도자였습니다. 그에게 예수는 인류사의 위대한 스승 중 한 명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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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출연 제의가 찾아왔습니다. 그가 맡은 역은 민란을 주도하고 살인을 저지른 극악무도한 죄인 ‘바라바’였습니다. 사루비는 이 역할을 대단치 않게 여겼습니다. 그저 직업적인 도전이라 생각하며 거친 분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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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멈춘 찰나, 시선이 마주치다

빌라도의 법정, 따가운 햇살 아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사루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관중의 야유 속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는 채찍질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사내, 예수(짐 카비즐 분)가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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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대로라면 사루비는 자신을 대신해 죽으러 가는 예수를 비웃으며 광기 어린 표정으로 사라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의 눈과 마주친 순간, 사루비의 연기는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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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눈은 나를 꿰뚫고 있었고, 동시에 나를 용서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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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도, 죽음의 공포도 없었습니다. 오직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깊은 침묵과 가늠할 수 없는 사랑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사루비는 그 찰나의 시선 속에서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압도적인 진실과 마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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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그 바라바였습니다”

 

그 눈빛은 사루비의 영혼에 소리 없이 말을 건넸습니다.

 

“내가 침묵하는 이유는 네가 소리치게 하기 위함이고, 내가 매를 맞는 이유는 네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함이며, 내가 죽는 이유는 네가 살게 하기 위함이다.”

 

그는 깨달았습니다. 2,000년 전의 바라바는 먼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예수를 대신해 풀려나고 있는 자기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구원은 자신의 성취가 아니라, 거부할 수 없이 주어지는 ‘선물’임을 그는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시선이 바꾼 새로운 세계: 바라바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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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라바에서 예수에게로》: 눈빛으로 기록한 회심

사루비는 이후 자신의 회심 과정을 담은 책을 출간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구원이란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선물’임을 고백합니다. “바라바는 우리 인류 전체를 요약하고 있다”는 그의 말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2.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광대’가 되다

가장 아름다운 변화는 그가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광대(Clown)로 봉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험악한 살인자 ‘바라바’의 얼굴을 했던 그가, 이제는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합니다. 자신이 받은 자비로운 시선을 타인에게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성공이 아닌 ‘사랑’을 쫓는 삶

성공과 해탈에만 집중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그는 이제 헌신적인 남편과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그 눈빛이 나를 귀하게 여겨주었듯, 나도 내 곁의 사람들을 가장 소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에필로그: 당신은 그 눈과 마주한 적이 있습니까?

사루비는 이제 의무감이 아니라 ‘그분’이 보고 싶어 성당에 갑니다. 그 눈빛이 여전히 자신을 살게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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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피에트로 사루비의 삶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 역시 저마다의 죄를 지은 채, 이유 없는 용서를 받고 풀려난 바라바들이 아니냐고. 그리고 묻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꺼이 죽음의 길을 택하며 미소 짓던 그 눈과 마주한 적이 있느냐고 말입니다.

 

살인자의 눈을 가졌던 배우는, 이제 그 눈에 용서와 평안을 담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의 편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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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의 눈을 뜬 아침, 사랑의 눈동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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