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 이원승 장로와 비아 크루치스(Via Crucis), 고난의 무대에서 피어난 구원의 드라마
  • 개그맨·사업가·연극학 박사에서 문화선교사로… 2023년부터 매년 봄, 가평 북한강 언덕에 세워지는 한국형 수난 즉흥극의 감동
  • 3년의 준비를 마치고 2026년부터 새로운 단계로 도약


KakaoTalk_20260318_141725274_18.jpg

 

경기도 가평,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매년 4월이면 이 땅 위에 2천 년 전 예루살렘이 다시 살아난다. 빌라도 법정의 야유, 골고다를 향한 무거운 발걸음, 그리고 십자가 위의 침묵. 이 모든 장면 속에 관객은 없다.

 

누구나 배우가 되어, 직접 그 고난의 길 위에 선다. 라틴어로 '십자가의 길'을 뜻하는 '비아 크루치스(Via Crucis)'—이 특별한 신앙 체험 연극의 뒤에는 파란만장한 삶을 걸어온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이원승 장로(㈜디마떼오 대표, 서울 덕수교회)다.

 

웃음꾼의 탄생, 무대에서 빛나다

1960년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에서 태어난 이원승은 초등학교 시절 대전으로 이사한 뒤, 중앙대학교에 입학해 연극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1982년 제2회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정식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헬로우 일지매' 캐릭터로 전국에 얼굴을 알렸다.

 

청춘만만세, 일요일밤의 대행진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연극 무대도 넘나들었다. 특유의 외모와 유머 감각으로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코미디언'이었다.

 

그러나 그가 진짜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연극이었다.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종영을 맞이하며 방송 무대가 좁아졌을 때, 이원승은 오히려 연극 무대로 더 깊이 걸어 들어갔다. 강부자 모노드라마를 비롯해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고 제작하면서 연극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져갔다. 훗날 그는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웃음을 팔던 코미디언이 학문으로 연극을 탐구하는 연구자가 된 것이다.

 

나폴리의 피자, 한국에 꽃피우다

1997년, 운명 같은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도전 지구탐험대'의 제안이었다.

 

"이탈리아 나폴리로 가서 전통 피자를 배워 오라."

 

방송 출연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나폴리에서 이원승은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났다. 세계적으로 명사들이 즐겨 찾는 유서 깊은 피자 가문 '디마떼오(Di Matteo)'. 그곳에서 그는 일주일 동안 반죽부터 장작 화덕에 굽는 법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그때 맛본 나폴리 피자의 충격은 단순한 미식 경험이 아니었다. '이 맛을 한국에 들여와야 한다'는 확신이 가슴속 깊이 박혔다. 그러나 디마떼오 가문으로부터 한국 독점 사업권을 얻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높은 로열티를 요구하며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중, 이탈리아 피자집 사장 가족의 결혼식에 초대된 이원승은 그 자리에서 무려 2시간에 걸친 팬터마임을 선보였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그 공연 덕분에, 마침내 독점 사업권 계약이 성사됐다. 그야말로 배우의 본능이 비즈니스를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미다떼오.jpg

 

1998년 1월, 한국 최초의 나폴리 정통 화덕 피자집 '디마떼오'가 서울 대학로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오픈한 바로 그 시점은 IMF 외환위기의 한복판이었다. 하루에 찾아오는 손님이 겨우 열 팀 남짓, 빚은 쌓여갔고 가게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원승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훗날 고백했다. 그때 친구의 한 마디가 그를 살렸다. '저녁에 맥주나 한잔하자.'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그 말 한 마디가 절망 속에 놓인 한 사람의 생명을 붙든 것이다.

 

위기는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그 이후 이원승은 다시 일어섰다. 죽을힘을 다해 피자를 구웠고, 이탈리아 현지에서 직접 공수하는 부팔라 치즈와 신선한 재료로 맛의 차별화를 이루어갔다. 그 고통의 시간 동안 사업 부진으로 첫 번째 결혼이 파경을 맞는 아픔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나폴리 현지 식재료, 참나무 화덕의 열기, 피짜욜로(피자 장인)의 전통 수타 기법, 이 삼위일체가 대학로 디마떼오를 서울의 명소로 바꾸어 놓았다. 연 매출 11억 원을 넘어서며 '서민갑부' 반열에 오른 그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비결이 뭔가요?' 이원승은 웃으며 대답했다. '위기는 동굴이 아니라 터널입니다. 시간이 걸릴 뿐, 반드시 지나갑니다.‘

 

이탈리아 유학생과 신앙 그리고 새로운 사랑

사업이 다시 빛을 찾아가던 무렵, 이원승의 삶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디마떼오 레스토랑에 잠시 아르바이트로 왔던 이탈리아 유학생과의 만남이었다. 그 친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던 이원승은 '교회에 다닌다'고 말했다. 사실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말을 뱉는 순간, 어릴 적 학교 채플 시간에 들었던 한 구절이 불현듯 마음을 두드렸다. '내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오래전 씨앗처럼 심어진 말씀이 수십 년 만에 싹을 틔우는 순간이었다.

 

이원승부부.jpg

 

이원승은 진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성경을 읽으면서 깊은 목마름이 채워지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같은 시기, 그의 삶에 김경신이라는 여인이 들어왔다. 월드컵을 대비한 통역사로 활동하던 김경신은 이원승과 만나 사랑에 빠졌고, 두 사람은 재혼해 1남 1녀를 낳았다. 오늘날 김경신은 비아 크루치스의 총감독으로서 남편과 함께 이 문화선교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피자집 사장과 통역사의 만남이, 십자가 즉흥극이라는 특별한 사역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는 고백한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천동설이었어요. 내가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이 돌아가는 줄 알았죠. 그런데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는 지동설로 바뀌었습니다. 그분이 중심이시고, 나는 그분이 계신 곳으로 가서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거예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왔던 삶의 모든 굴곡이, 그에게는 하나님의 섭리로 다시 읽혔다.

 

가평 북한강 언덕에 극장을 세우다

신앙이 깊어질수록 이원승의 고민도 깊어졌다. 연극인으로서, 성경학도로서, 그리고 사업가로서 쌓아온 모든 것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그는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이 온 세상을 멈춰 세운 그 시간을 오히려 준비의 때로 삼았다.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와 함께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이화리,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약 4천 평(1만 2천 평방미터)의 대지에 3년에 걸쳐 '가평 디마떼오 극장'을 조성했다.

 

대극장과 소극장, 다목적 야외 공간이 어우러진 이 독특한 테마형 공연장은 오직 하나의 꿈을 위해 태어났다. 십자가의 길—비아 크루치스를 이 땅 위에 재현하는 것. 유럽을 여행하던 중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서 100년 넘게 이어온 비아 크루치스 행사에 참여했던 이원승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이 남았다. '왜 십자가의 수난과 구원의 본질보다 퍼레이드처럼 흐르는 걸까. 즉흥극으로 한다면, 참여자 스스로가 성경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 질문 하나가 비아 크루치스의 씨앗이 됐다.

 

2023년, 비아 크루치스 첫걸음을 내딛다

2023년 4월 6일, 마침내 첫 비아 크루치스가 가평 디마떼오 야외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원승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이 공연의 형식은 기존의 어떤 연극과도 달랐다. 관객석은 없었다. 참여자들은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유대인 의상을 건네받고 각자 역할을 부여받았다. 로마 병사, 제사장, 이스라엘 군중, 제자들—2천 년 전 골고다의 인파가 21세기 가평 언덕 위에 다시 살아났다.

 

십자가행진.jpg

 

공연은 소극장의 빌라도 재판정에서 시작해 채찍과 조롱의 현장, 십자가를 끌고 가는 약 150미터의 길, 그리고 대극장인 골고다 언덕까지 이어졌다. 매 장면마다 공간을 이동하며 진행되는 이 여정에서, 참여자들은 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건의 한복판에 선 사람이 됐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예수의 재판을 지켜보며, 군중 속에서 '바라바를 석방하라'고 외치며, 십자가를 진 예수의 발소리를 들으며 — 관객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고난의 이야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참가자들.jpg

 

이 방법론의 이름은 '로고스 플레이(Logos Play)'다. 이원승이 연극학 박사 연구를 통해 발전시킨 이 즉흥극 기법은, 참여자들이 미리 알고 있는 성경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즉흥적인 반응과 연기를 펼치는 방식이다. 코메디아 델라르테처럼 특정된 인물과 이야기 구조가 뼈대를 이루고, 그 안에서 참여자들은 자유롭게 반응한다. 결과적으로 성경 본문에 대한 깊은 인식과 감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첫 해 270명이 이 특별한 여정에 동참했고, 2024년에는 350여 명의 유료 참여자가 함께했다. 2025년에는 공연 하루 전날부터 1박 2일 연극 캠프 '플레이 캠프'가 더해지며, 더욱 깊어진 형태로 진행됐다.

 

골고다 언덕에서 들려온 간증들

비아 크루치스가 특별한 것은 공연의 완성도 때문만이 아니다. 참여자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예기치 않은 감동과 신앙적 각성 때문이다. 이원승은 잊지 못하는 간증 하나를 자주 소개한다. 비기독교인이었던 한 현장 스태프의 이야기다. 공연 중 언덕 위에서 돌이 굴러내려오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그 스태프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을 보호하려고 몸으로 돌을 막다가 다리를 다쳤다. 공연이 끝난 뒤 그는 이원승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이까짓 게 대수입니까? 예수는 십자가에서 못 박히며 모든 사람을 구했는데, 내가 이거 다친 게 뭡니까."

 

로마병정.jpg

 

신앙이 없던 사람이, 연극 속에 몸을 담그며 자신도 모르게 십자가의 의미를 뼛속 깊이 새긴 것이다. 그 스태프는 첫 회 이후 매년 공연에 '바라바' 역할로 참여하고 있다.

 

세강도.jpg

 

2025년 공연에서는 예수님의 가상칠언이 새롭게 추가됐다. 예수를 핍박하는 군중이 즉흥적으로 내뱉는 대사들이 씬을 더욱 달궜고, 참여자들은 자신이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스스로 충격을 받기도 했다. '내가 지금 예수님을 향해 이런 말을 하고 있구나.' 그 순간, 2천 년의 간극이 사라지고 십자가는 지금 여기의 이야기가 됐다.

 

가평기독교총연합회 김남식 회장은 비아 크루치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가평 지역은 이단 활동이 적지 않은 곳입니다. 이 즉흥극이 지역 교회와 성도들에게 신앙적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도 복음의 영향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2026년, 공연을 넘어 문화선교 플랫폼으로

비아 크루치스는 3년의 준비를 마치고 2026년부터 새로운 단계로 도약한다. 단순한 연례 공연을 넘어, 교회와 예술과 기업이 협력하는 한국형 문화선교 플랫폼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 지난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감독 김경신은 이렇게 밝혔다.

   

"십자가 즉흥극 비아 크루치스는 공연이 아니라, 십자가를 함께 걷는 신앙 체험 운동입니다. 관객이 보는 연극이 아니라, 참여자가 역할자로 함께 걸으며 묵상하는 한국형 비아 크루치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습.jpg

 

2026년 4월 18일로 예정된 이 해의 비아 크루치스는 참여 구조가 한층 정교해진다. 입장 시 십자가 묵상 카드가 배부되며, 헌금 봉투 대신 선교 후원 약정서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참여자들은 단순 관람객이 아니라 로마 병사, 군중, 제자 등의 역할을 맡아 십자가 이야기 전체를 몸으로 살아낸다.

 

2026년 운영 구조는 세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목회자 그룹으로 구성된 영적 자문단이다. 신학적 방향성과 기도 네트워크를 담당해 이 프로젝트가 복음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붙든다. 둘째는 연극팀으로, 로고스 플레이 훈련과 예술적 연출을 맡는다. 셋째는 기업 후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구조 안에서 디마떼오가 문화선교를 지원하는 후원 파트너로 참여한다. 교회+예술+기업의 삼각 협력 모델이 한국 문화선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작가 겸 연출자 이원승은 로고스 플레이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성경 속 십자가 이야기를 단순히 재연하는 것이 아닙니다. 참여자들이 십자가 이야기 안에서 함께 반응하고 경험하는, 즉흥 신앙 연극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복음이 지식으로 머리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새겨집니다.“

 

비아 크루치스 측은 이 프로젝트의 장기적 방향성을 이렇게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극 행사가 아닙니다. 복음이 공간을 통해 울리는 한국형 야외 성극 운동입니다. 앞으로 교회와 예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장기적인 문화선교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10년째, 하나님의 일하심을 낳는 공동체'를 꿈꾸다

2025년 공연이 끝난 뒤, 이원승은 무대 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해, 한 해 각 역할이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10년째 될 때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낳는 신앙 공동체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제 2026년은 그 10년의 여정에서 네 번째 해다.

개그맨으로 웃음을 팔았고, 나폴리 화덕의 불꽃으로 피자를 구웠으며, 절망의 터널을 통과하며 하나님을 만났고, 연극학 박사가 되어 성경을 무대 위에 올리는 사람, 이원승 장로의 삶은 그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그 드라마의 마지막 장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매년 4월, 가평의 북한강 언덕에서 그 이야기는 계속된다.

 

비아크로스설명회.jpg

 

이원승 장로는 오늘도 말한다.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던 내가 일상에서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았고, 비일상인 교회에서만 죄인이라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다 보니 궁금증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그 말씀으로 성도들과 즉흥극을 해보았습니다. 코로나가 터졌고, 가평 땅에 극장을 만들었고, 코로나가 풀려서 십자가 즉흥극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쁨으로.”

 

2026년 4월 18일, 가평 디마떼오 야외극장. 다시 한 번, 십자가의 길이 열린다. 참여를 원하는 이들은 비아 크루치스 측에 문의할 수 있으며, 1박 2일 플레이 캠프도 함께 운영된다. 문화선교의 새 지평을 여는 이 감동의 여정에, 더 많은 교회와 성도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포스터.jpg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어요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